건강한 우주비행사의 꿈과 홍차
by 英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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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은 것과 얻은 것, 고양이
밥그릇이 깨졌다.

이 밥그릇은 아키타 시절에 샀다.
당시에는 아무 쓸모가 없었지만.. 그저 예쁘다는 이유로
가격도 만만치 않은 걸 굳이 사다가 모셔뒀던 것.

결혼하고 난 뒤 루이랑 내 밥그릇으로 오래 수고를 해 줬는데
먼저 루이 걸 깨먹었고,
그리고 최근에는 내 것까지 깨고 말았다. ㅠ.ㅠ

그릇은 언젠가는 깨질 운명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마음에 들어했던 그릇이랑 많이 아쉽고,
뭐랄까.. 막막한 기분이 든다. 
이제 뭘로 밥을 먹어야 하나.. 싶은. ㅠ.ㅠ 
내 부주의라서 더욱 안타깝다.

참 좋아하는 밥그릇이었다.
그릇 겉면의 아래쪽에 그려진 덩굴무늬의 색도 모양도 예뻤고
안 쪽은 색깔 없이 굴곡으로 덩굴이 표현돼 있어서
만지면 신기하고 고운 촉감이었다. 
아주 얇고, 가볍고,
밥을 담아 그릇을 손에 들면 따뜻한 기운이 은은히 퍼졌다. 
도무지 쓰레기로 버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조각을 대충 맞춘 뒤에
집에 있는 오래된 부적이나 점괘 같은 걸 담아서..
고이 모셔뒀다.

문 달린 선반 한 칸에다가
집에 알게 모르게 쌓이게 되는 성물들을 모아두고 있는데,
밥그릇이 죽어서 그 자리로 등극한 것이다.
ㅠ.ㅠ

함께 해 왔던 날에 늘 수고해 준 밥그릇.
선반 한 켠에,
그리고 내 마음 한 켠에 오래도록 고이 남아 주길..
이 선반 칸의 총괄 역할을 맡으신 분.

나는 믿는 종교가 없지만,
종교에 관련된 책이나 물건들을 보면
신앙을 가진 사람들의 세계관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어서
늘 관심을 가지고, 기회가 될 때는 모으기도 한다.
그런 물건들을 통해 받는 느낌이
때로는 그림을 그릴 때에도 도움을 준다. 
얻은 것.

칠보로 꾸며진 작은 통.
중고품 가게에서 200엔에 팔길래 덥썩 데려왔다.
예쁘다..

이 예쁜 물건을  200엔에 얻었다는 건 내 기준에서는 좋은 구매였는데
단 하나 안타까운 점은
이게 뭐에 쓰는 건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는 거다. /(-_-
혹시 아시는 분이 계시다면 제보를 부탁드려요.
이렇게 작건만 꽃잎, 풀잎 하나하나가
색도 너무 예쁘고 칠도 곱게 돼 있다. 
용도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집에 있는 향을 넣어두었다.

빌린 집이라 향을 피우거나 촛불을 켜지는 않지만 (그을음 때문에)
좋아해서 어찌저찌하다 모으게 된 향과 초가 소비되지도 않고 그대로 있는데
예쁜 통에 담을 수 있게 돼 기쁘다.
진짜 용도를 알게 되기 전까지는 이렇게 향을 담는 데 쓰게 될 거 같다.
(-: 

그렇게 잃은 것과 얻은 것이 있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고양이.

휴일 중에 루이가 회사에 뭘 가져다 놓는다고 해서
루이네 사무실에 갔다.

루이가 온 김에 고양이 먹이를 전용 그릇(이 있다)에 넉넉히 담았고
돌아가려고 차에 올라탔는데, 저렇게 고양이가 왔다.
매우 경계하는 듯 조심조심 다가갔다.  
먹는다.

우리는 방해 안 하려고 차 안에서 지켜봤다.

일본은 저 때(5월 첫 주)가 황금연휴라
루이네 회사는 3일 쉬고 2일 근무하고 4일 쉬었고,
길게는 9일 연속 쉬는 회사도 있었다고 한다.

인간은 편하게 쉬는 주간이었지만
루이네 사무실에 와서 밥 먹고 가는 길고양이들은
아무도 먹을 걸 안 줘서 매우 배고픈 기간이었을 듯하다. ㅠ.ㅠ
먹이 담자마자 저렇게 나타나
등을 잔뜩 움츠리고 경계하면서도 열심히 먹고 있었다.
확대해서 찍어 본 사진.

맛있니?
기운을 느꼈는지 이 쪽을 본다.

요즘에 자주 오는 아이인데 아주 경계심이 강한 성격이라고 한다.
우리는 조용히 돌아갔다.
바이바이.

즐거운 한 주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


 
by 英君 | 2012/05/13 18:28 | 상자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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